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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피아노

19세기 후기 낭만주의의 시대적 흐름

by 해쉬브라운 2024. 2. 27.

1848년 혁명 이후 낭만주의는 후기로 접어듭니다. 슈만, 멘델스존, 쇼팽 등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리스트, 베르디, 바그너, 브람스 등이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리스트는 낭만주의적 특성을 반영한 교향시를 새롭게 개척했고, 바그너는 낭만주의 오페라와 구별되는 음악극을 작곡했습니다. 반면 베르디는 완숙기의 오페라에서 여전히 낭만주의 경향과는 다른 이태리 민족주의적 경향을 고수했습니다. 새롭게 활동을 전개한 브람스는 고전적 전통을 중시하는 작품을 발표하고, 특히 네 곡의 심포니를 통해 고전적 심포니의 전통을 다시 이었습니다. 브루크너 역시 심포니 분야에서 많은 활약을 했고 더 나아가 이 시기에 현실적 모습을 예술에 반영하려 했던 리얼리즘 경향과, 교회음악 분야에서 팔레스트리나를 계승하는 체칠리아주의가 나타났습니다.

1890년 이후 전통적 양식에서 탈출하는 경향은 점검 가속화되었습니다. 1910년까지의 약 20년간 본격적으로 현대음악으로의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한 말러, 슈트라우스는 형식이나 화성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낭만주의적 정신과 양식을 극대화했습니다. 한편 이 시기에 서유럽의 주변 국가에서는 유럽의 중심 영향에서 벗어난 민족주의적 음악이 추구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의 대표적 작곡가로는 러시아의 림스키-코르사코프, 브로딘, 무소르그스키, 체코의 야나체크, 노르웨이의 그리그, 스페인의 알베니츠 등이 있습니다. 20세기를 향해 나가는 현대적 경향은 특히 프랑스를 중심으로 나타난 인상주의음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드뷔시와 라벨은 이런 경향의 대표적 인물로 평가됩니다. 낭만주의음악은 대략 1908년 쇤베르크의 무조음악을 시작으로 완전히 끝이 나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세기를 지배한 음악관은 낭만주의적 감정미학입니다. 음악은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어느 시대나 존재해 왔지만, 19세기에는 주관적인 감정이 음악에 표현된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더 나아가 음악의 감정적 성격은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는 이상적 세계를 표현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감정만이 무한성의 문을 열 수 있으며, 초월성을 예감하게 하며, 이것이야말로 음악의 핵심이라고 봤습니다. 주로 낭만주의 문학자들에 의해 시도된 이러한 미학관에서는 감정과 비밀스러운 이상세계, 밤, 꿈과 죽음 같은 인간의 내면세계, 개념적인 경험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예감, 그리움, 사랑, 분노, 감사 등이 강조되었고, 무한의 세계를 음악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됐습니다. 

19세기에는 예술 가운데 음악이 가장 낭만적인 예술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음악은 감정을 개념 없이 표현하는 추상적인 예술이기에 인간의 가장 깊고 비밀스러운 감정과 추상적인 무한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음악은 미학적인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바켄로더는 모든 예술이 우리의 가장 깊숙한 감정에 어떤 형태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고, 이 가운데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음악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정을 보존하기 위해서 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발명되고, 아름다운 예술이 탄생된 것이다. 이 발명품 중 음악은 가장 놀라운 예술이다. 왜냐하면 음악은 이간의 감정을 초인간적 방법으로 표현하고, 음악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음악을 '모든 예술의 왕'이라고 지칭했습니다. 그에게 삶과 세계는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피상적인 것들로부터 도피해서 추구하는 것이 우리 안에 있는 의지인데, 음악은 바로 이러한 의지 자체 또는 본질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음악은 다른 모든 예술과 분리되어 있다. 우리는 음악에서 세상의 어떠한 존재에 대한관념을 모방하거나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음악은 위대하고 아주 훌륭한 예술이며 인간의 내면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한다. 또한 세계 자체를 능가할 정도로 분명한 보편적 언어로서 아주 깊이 이해된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