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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피아노

쉼표의 존재 가치에 대하여

by 해쉬브라운 2024. 2. 20.

우리는 다양한 쉼표 기호를 악보에서 만납니다. 쉼표 별로 그 길이만큼을 쉬어준다고 알고 있는데, 쉼표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쉼표라는 존재

쉼표는 말 그대로, 그 기호가 보이면 그 기호가 나타내는 길이만큼을 쉬어주고, 다음 음표를 연주하라는 뜻입니다. 우리에게는 쉼표가 있으면 아무 소리도 내서는 안되고, 그다음 음을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세는 쉼표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쉼표는 음악을 끊어내는 부분이 아니라 음악 속에서 그 쉼표 또한 표현을 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흔히 악보에 있는 음표를 제 박자 지키며, 쉼표가 나오면 안 치고, 넘어가서 또 음표들을 읽고 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쉼표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쉼표라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의 여부에 따라 연주에 굉장히 큰 차이를 불러옵니다. 

 

쉼표는 그 길이 동안에 소리가 나지 않으면, 청중은 그다음에 어떤 소리가 올 것인지에 대해서 기대하게 됩니다. 또한, 음악이 진행되다가 쉼표를 만나면, 그 쉼에 대해서도 집중하게 되며, 이윽고 나타나는 소리를 들으면 큰 감동이 밀려옵니다. 따라서 쉼표를 단순히 소리를 내면 안 되는 부분이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가면, 이러한 작용을 해줄 수 있는 장치를 간과하게 되며, 음악이 무미건조 해지게 됩니다.

쉼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그렇다면 감동을 주는 연주를 하기 위해서 쉼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음악을 연주할 때에 우리는 종이에 쓰여있는 악보를 눈으로 보지만, 이 음악은 첫 음부터 시작하여 마지막까지 하나의 호흡을 가진 살아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그저 악보에 나열되어 있는 음표들이 아니라, 작곡가가 어떤 의미를, 또는 들려주고 싶은 뭔가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음표들, 즉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음악이 시작되어서 중간에 조금 쉬어줄 수도 있고, 어떤 중요한 음을 나타내기 위해 그전에 호흡을 한 번 더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악보를 지은 작곡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괜히 아무 곳에나, 연주하는 사람이 힘들까 봐 쉬어가라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음악을 위하여 쉼표를 그곳에 두었을 테니까요. 쉼표에 대해서도 음표를 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자세로 연주하면 되겠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자면, 건반을 손으로 누르며 소리를 내다가, 중간에 쉼표를 나타내기 위해 손이 잠시 허공에 있게 되면, 매우 어색하고 빨리 다음 음을 쳐야 할 것 같고, 사람들도 그 쉼표를 못 견딜 것 같다는 착각을 대부분 사람들이 합니다. 꼭 중간에 소리가 비면, 성급하게 마음이 변해서 빨리 쉬어주고 다음 음을 누르려고 하는 데, 이는 착각이라고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음악을 듣는 사람은 연주자가 첫 음부터 끝 음까지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연주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 듣는 것이 아닙니다. 작곡가의 생각대로 작곡된 그 음악을 실제로 귀로 들어서 감상을 하기 위해 듣는 것이 그 목적인데, 우리는 늘 그런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쉼표를 빨리 적당하게 넘겨서 다음 음을 타깃으로 삼아서 하지 말고, 쉼표에도 작곡가의 생각대로, 음표만큼의 가치를 연주자 본인이 두고, 연주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쉼표의 효과를 연주자로서 먼저 느껴보면, 아마도 빨리 넘어가라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연습할 때에 한번 적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어서 오른 손 쪽에만 쉼표가 있고, 왼손 쪽에는 없다면, 왼손의 진행을 들으면서 동시에 오른손을 받쳐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위에 오른손이 흐름을 타면서 쉬었다가 시작되는 걸 생각하고 오른손 음표를 눌러보세요. 그저 쉼표가 있으니 비워두자는 것과는 다른 소리가 납니다.  마음속으로 음표들을 불러보면서, 쉼표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내 호흡에 따라 쉬어주고 나서 다음 음표들을 연주해 보시고 스스로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분명히 확연한 차이를 귀로 느낄 것입니다. 그때 들은 그 차이로 내 연주가 더욱 감동을 주고, 청중으로 하여금 살아있는 음악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