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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피아노

교회음악을 기록하는 최초의 방법(1)

by 해쉬브라운 2024. 2. 17.

그레고리안 찬트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아주 맑고 깨끗한 인간의 목소리로만 부른 이 소리로 굉장히 거룩한 느낌을 들게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심지어 종교가 없는 사람까지도 그렇게 느끼게 할 정도의 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성가는 어떻게 우리에게 전해졌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악보가 없던 시절 옛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노래를 남겨 전승했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종교예식의 중요성과 교회음악 보존의 필요성

 

기보법의 역사를 살펴보려면 기독교회가 생겨난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기보법을 만드려는 그 목적은 교회음악을 보존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이면서도 로마제국 국민이었던 예수로 인하여 기독교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마태복음에 보면 예수가 땅끝까지 이 복음을 전파하라는 내용이 있는데, 전세계로 전파되면서 우리는 기독교인 박해받는 이야기와 순교한 신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하는데, 그 고통의 시기를 지나 결국에는 교회가 로마제국에 당당하게 정립되었습니다. 그 결과의 중심에는 우리가 많이 들어본 이름, 콘스탄티누스 1세 황제가 있는데요, 밀라노칙령을 공표한 덕이었습니다. 그렇게 교회가 로마제국 곳곳에서 늘어나고 신자들이 점점 많아져서 널리 기독교가 보급되었습니다. 기독교가 널리 보급된 만큼, 많은 나라의 문화로서도 영향을 끼치고, 또 사람들의 생활양식에도 스며들며, 삶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합니다.

 

옛 기독교 신자들은 유대교의 전통을 따라 노래로 성경을 부르고 찬양하는 형식으로 예배를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음악은 기독교 예배에는 음악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나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음악은 그저 종교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의 목적으로 음악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게 여겼습니다. 음악이라는 것이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고 하기 보다는 종교를 위해 일을 하는 것과 같은 그런 위치에 머물러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오직 사람들이 기독교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음악만 가치가 있다고 여겨서, 성경적인 노랫말 없는 음악을 꺼려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 사람의 목소리로만 노래했고 악기는 일체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어봐도 모두 사람의 목소리만 있지 악기와 어우러져서 부르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그 때의 악보가 생겼다고 한 것은, 사람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악보였고, 악기가 연주를 하기 위한 악보는 아니였습니다.

 

유일한 보존 방법-구전 전승

 

우리에게는 소리를 기록하는 것이 너무나 쉽고 당연히 가능한 일이지만, 스페인 세비야의 이시도르 대주교(6~7세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소리라는 것은 기록될 수 없기에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사람이 기억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몇 백 년 전에 파피루스에서 발견한 그리스 기보법으로 기록된 것도 있었지만 보급화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교회들에서는 사람이 노래를 배워서 외워서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도 무언가를 사람이 가르쳐줘서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외워지기 마련이나, 시간이 지나서 헷갈리고 잊을 수 있습니다. 당시 교황은 수백 개의 성가들을 매번 부를 때마다 똑같이 부르게 하라고 말했으나, 당연히 불가능하였습니다. 오래돼서 잊으면 조금 변형되어서도 불리우고, 아예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지어서라도 부르는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또 선율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바꿔서 지어 부르기도 했었을 것입니다. 기독교가 보급되다 보니 다른 나라에도 퍼졌으니, 원본과 많이 왜곡되었을 가능성도 큽니다.

 

부르다가 잊으면 상기시켜줄 기호-네우마

 

성가를 정확하게 매번 똑같이 연주하기 위해서는 확정적이고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암기를 보완하고자 노력한 첫 번째 시도는 네우마(neuma)였습니다. 네우마라는 말은 제스처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악보에서는 가사의 위에 표시되어서 해당 가사의 음높이를 확정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는 선율인지, 내려가는 선율인지, 그 음을 그대로 유지하여 길게 연장하는 것인지의 음악의 진행 방향 정도를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음의 높이와 길이를 알려주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요. 그렇다면 옛 악보에서는 어느 음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보고 부를까? 하는 질문이 생길 텐데, 이 네우마는 노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보자마자 부를 수 있도록 해주지는 못했습니다. 그 성가를 어딘가에서 배웠던 사람만이 보고 부르다가 기억이 안 나서 가물가물하면 네우마 기호를 보고 힌트를 얻어 기억을 보조해주는 역할로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무 표시가 없는 것보다는 기억을 상기시켜줄 메모와 같은 것이었으니 정확한 노래를 부르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음표도 네우마로 부르게 됩니다. 다음 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